교사가 남자 어린이 성기 만지는 행위가 애정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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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05.06
  • 조회수 5,011
“선생님이 아이들 고추를 상습적으로 꼬집고 만지는 행위가 어떻게 애정표현이라는 말입니까?”

고형민(가명, 46)씨는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들을 둔 주부. 지난 해 3월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성준(가명,10)이는 담임 선생님이 남자 아이들의 성기를 매일 만진다고 얘기했다. 성준이는 “선생님이 하루 평균 남학생 7명의 성기를 만졌으며 책상 앞으로 불러내 한 손으로는 아이를 감싸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옷 위로 성기를 만지거나 꼬집었다”고 말했다.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는 선생님의 행위가 ‘변태’나 ‘저질’로 통한다는 것이다. 성준이는 “5분 동안 선생님이 고추를 꼬집고 비틀어 아팠지만 창피해서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며 “선생님이 끔찍하게 싫다”고 말했다.

아이의 말에 고씨는 학교 측에 담임 교체와 공개사과를 요구했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씨는 “학내 성추행을 앞장 서 근절해야 하고 문제를 시정 해야 할 책임이 있는 학교가 사태를 조용히 덮으려 했다”고 분개했다. 고씨는 “처음부터 담임선생님을 고소 할 생각은 없었지만 오히려 피해자인 성준이에게 전학갈 것을 종용하고 나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학교 측의 협박 때문에 고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를 미성년자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35년 동안 아이들 고추 만졌지만 별 문제 없었다”
학교 측 “법적해결보다 중재가 먼저”



[사진=연합뉴스] 남아의 성기를 만지는 것이 관습적으로 용인된다는 시각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학부모가 선생님을 고소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막아야 할 일 아닙니까? 학교 측에서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원만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분쟁조정위원회를 여는 등 최선을 다했습니다.”

고씨는 학교 측에 남학생들의 성기를 상습적으로 만진 A씨의 행위가 성추행임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과 아이들의 정신적인 피해를 감안해 담임 선생을 교체할 것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과 일부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학부모들과 학교 측은 A씨가 현행법상 저촉되는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씨가 무리한 요구를 고집했다는 입장이었다.

A(58)씨와 학교 측은 “‘고추 잘 있나 보자’고 한 것은 할아버지가 손주를 예뻐하는 마음에서 한 애정 표현이었다”고 주장했다. A 교사는 교단에 선 35년 동안 아이들에 대한 애정표시로 성기를 만지곤 했지만 한 번도 학부모들와 아이들의 문제제기를 받지 않았다는 것. 더군다나 고씨의 요구대로 반 학생들 앞에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한 만큼 담임 교체 등을 거론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주장이다. 이 학교 교장 B씨도 “선생님이 애정 표현으로 성기를 만진 것인데 학부모가 그 일로 교사를 고소까지 한 것은 너무한 일 아니냐”면서 “A씨가 아이들 성기를 만졌다는 것을 알고 나서 시정할 것을 경고했고 학교 분쟁위원회를 열어 원만한 합의를 중재했기 때문에 ‘학교 측이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고씨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여자아이 성기를 만진 것과 남자 아이 성기를 만진 것은 다르다”

“(A 교사는) 35년동안 아이들을 가르쳐오신 분입니다. 이런 일로 사법처리까지 받는다는 것은 평생 교단을 지켜온 선생님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는 일 아닌가요?”

일부 학부모들도 남학생들의 성기를 만진 A씨의 행위를 너그럽게 봐주는 분위기다. 성준이와 같은 반에 속한 재원(가명)이의 부모 P씨는 “집안 어른들도 아이를 예뻐하는 마음에 고추를 만지신다”면서 “선생님이 한 행동이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사회 통념상 아이에 대한 애정표현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성준이의 주장도 의심스럽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공개된 장소에서 담임선생님이 5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성기를 만졌다는 성준이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P씨는 또 “선생님이 만약 여자아이들의 성기를 만졌다면 성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남자 아이들이기때문에 얘기가 다르지 않겠느냐”며 “일부 학부모를 제외한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담임 교체를 원치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P씨는 또 아이들이 선생님을 변태, 저질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조그만 일에도 장난처럼 그런 말들을 한다”며 “알고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말했다.

남자아이 성기 접촉은 괜찮다? 전문가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러나 전문가들은 남자아이 성기를 습관적으로 만지는 것이 용인되는 사회의 ‘상식’은 정작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어린 남자아이들도 성추행으로 인한 성적 충격이나 스트레스가 여자 아이들에 비해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해바라기아동센터 최경숙 소장은 “아이들도 엄연한 인격체이기 때문에 타인이 성기를 만지면 당연히 수치심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또 “남자 아이의 성기를 만지는 것이 사회적 통념상 인정된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선생님이 만졌다는 사실을 어른들에게 알렸다는 것 자체가 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것”이라며 “부모들이 ‘예뻐서 만진거야’ 라는 말로 달래는 행위는 아이에게 그릇된 성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아 선호 사상의 영향으로 아이의 성기를 만지는 행위 자체가 남자의 성기는 자랑스러운 것, 여자의 성기는 조심스러운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씨는 “선생님이 성기를 만지면서 아이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성기를 잡아 당기거나 만지며 ‘변태’라고 놀리는 장난을 친다”고 주장했다. 임상전문가 김태경씨는 “남자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남자라면 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에 피해를 당할 경우 극도의 분노감과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며 “발기 등 신체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때로는 남성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생각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동 추행은 비친고죄
가해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 가능해


경찰이 조사한 성준이를 제외한 다른 4명의 아이들은 선생님이 성기를 만진 사실은 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교내 분쟁조정위원회는 “법률사무소에 의뢰한 결과 강제추행은 친고죄이고 피해자인 아동들이 이를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A씨의 행위를 강제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민원을 넣은 고씨를 업무 방해와 명예 훼손으로 고소할 수도 있다”고 고씨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행위는 추행행위로 간주됐다.

분쟁위원회 측의 법 해석은 잘못된 것이었다. 일반적인 성추행은 친고죄이지만 13세 미만의 아동의 경우에는 비친고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더라도 성적 행위 그 자체만으도 처벌이 가능하다. 해바라기아동센터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조인섭 변호사는 “현행 성폭력 특별법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강제 추행했을 때는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자가 추행 행위를 동의 혹은 묵인 했더라도 강간, 강제추행으로 간주돼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팀 김양영희 간사는 “신체적, 정서적으로 불완전한 아동에 대한 보호가 강조되는 외국에 비해 우리 나라는 아직도 아동성추행에 대한 인식 자체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김양 간사는 또 “우리 사회가 아동에 대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신체접촉이 중대한 범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고, 관련 법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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