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때부터 앵벌이 '긴급출동 SOS24' 가정학대 고발

  • 매체 데일리안
  • 등록일 2007.02.22
  • 조회수 2,892
신생아 때부터 앵벌이…´긴급출동 SOS 24´ 가정학대 고발
[TV 다시보기] SBS ´긴급출동 SOS 24´
2007-02-21 17:32:34

SBS ´긴급출동 SOS 24시´는 20일 ‘구걸하는 아이’ 편을 방영, 다시 한 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학대를 고발했다.

◇ SBS 긴급출동 SOS 24시 방송 캡쳐

내용은 이렇다. 한겨울 시장 바닥에서 잠바도 안 입고 맨발로 돌아다니는 5살배기 남자아이 정만(가명)이가 있었다. 남자아이는 굶주린 듯 길 가던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며 구걸했다.

버스정류장엔 정만이와 관계있는 듯 보이는 할아버지(71세)와 40대 여성이 앉아 있었다. 정만이는 행인으로부터 얻은 음식과 돈을 할아버지에 모두 건네주고 자신은 40대 여성과 함께 누군가 먹다 버린 음식에 손을 댔다.

노인은 남자아이에 명백히 구걸을 강요하고 있었다. 이에 노인은 “친자식이야. 환갑이 넘어서 본 아들”이라면서 강력히 부인했다. 관할 동사무소에서 알아본 결과 노인은 정신이 좋지 못한 40대 여성과 함께 정만이의 친부모임이 확실했다.

그러나 아이는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랄 수 없는 처지였다. 동냥을 끝내고 돌아 온 집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보일러는 고장난지 오래이며 구멍 난 방벽은 인형을 쑤셔 박아 넣어 간신히 우풍을 피하는 형편이었다.

동사무소 직원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책정되어 있어 7년 전부터 매월 72만원과 경로연금 4만 5천원이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매달 일정한 금액이 들어오기에 기본 생활은 될 텐데 아이가 왜 구걸 행위를 하는 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하루에 생활비로 나가는 돈이 7천원이고 방세가 20만원”이라면서 지출이 많다고 주장했다. 아이의 구걸 행위에 대해서는 “말하기 싫다”고 외면했다.

집주인인 정만이의 외할머니는 “아이의 아버지가 보일러와 전기료도 아까워서 못 때고 있다. 자기 고집대로만 산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웃주민도 “겨울옷, 신발, 내의 등 많이 가져다 줬지만 챙겨 입지 않는다. 사람 습성이 깨끗하게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주민들은 “갓난아기 때도 아동학대로 신고 된 적 있다”고 증언했다.

실제 정만이는 지난 2002년 8월 할아버지의 구걸행위에 이용당했던 적이 있었다. 고작 생후 1개월 된 갓난아기 시절이었다. 탈수 및 영양부족으로 탈진상태가 된 채 발견됐고 주민들의 신고로 보육원에 보내졌다.

당시 담당한 보육원 직원은 “신생아가 시커멓게 되어서 왔다”면서 “그러나 입소한 지 7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친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가겠다고 하여 할 수 없이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할아버지는 정만이와 함께 구걸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시장 상인은 “사람들이 아이가 불쌍해서 돈을 준다. 할아버지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이유도 동정심을 얻기 위해서 일 뿐”이라면서 씁쓸해 했다.

할아버지는 아이와 함께 구걸하는 것도 모자라 불특정 다수가 보는 길거리에서 폭력까지 휘둘렀다. 정만이의 머리카락을 잡고 심하게 때렸다.

아버지에게 맞은 늦둥이 아들은 폭력적으로 변모했다. 달리는 차에 돌을 던지고 기물을 발로 차는 등 난폭해져 있었다. 목에는 예전에 아버지에게 맞은 흉터자국이 선명했다.

정만이는 길을 가던 또래 아이에게도 다가서더니 먹을 것을 빼앗으려고 했다. 구걸을 오래 하다보니 ‘나의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할 수없을 정도로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같은 날 오후, 정만이는 집에서 아버지(할아버지)에게 또 맞았다. 정만이의 분풀이 대상은 긴급출동 SOS 24시 제작진 측에게 향했다. 남자아이는 제작진에게 침을 뱉고 벽돌도 던지며 아버지에 대한 무언의 시위를 했다.

이웃주민들은 “저 아이는 원래 저런다. 골목 돌아다니면서 아예 난장판을 만든다. 할머니들은 겁이 나서 못 다녀. 던진 돌에 머리 터질까봐 겁이 난단 말이여. 유리조각 깨서 사람을 막 찌르기도 해. 남의 집 마당에다가 돌도 던지고”라면서 혀를 찼다.

가정 전문가는 “아버지의 폭력적인 행동에 희생당한 아이가 바로 제3자한테 화풀이 하는 것은 곧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 표출”이라고 정의했다. 또 “제대로 된 훈육을 기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으로 자기표현을 한다. 계속 고착될 경우, 사회에서 부정적인 인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인섭 변호사도 “아동에게 구걸 시킬 경우 5년 이하 징역 혹은 3천만 원 이하 벌금 령이 내려진다. 이런 상황 반복될 경우에는 친권 박탈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가 바뀔 것”이라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결국 71세의 아버지 손에 이끌려 앵벌이를 했던 5살배기 남자아이 정만이는 가족과 격리 조치됐다. 격리 조치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파출소장 및 동사무소 직원,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등이 총 투입되어 할아버지를 간신히 설득시켜야 했다.

정만이는 소아병원에 가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았다. 신장은 107.9cm, 체중은 15kg. 간호사는 “같은 나이 아이들에 비해 5kg 정도 체중 미달”이라고 설명했다. 대장을 살펴보니 변이 꽉 차 있었다. 구걸 생활을 하면서 대소변도 제대로 못 봤던 것이 변비로 이어졌다. 의사는 올바른 배변습관을 기르게 하도록 세밀한 치료를 약속했다.

아동복지센터에 들어온 이후의 정만이는 본능적인 성격이 아직 남아있었다. 또래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던지는 등 폭력적인 행동이 계속 됐다. 또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한 곳에 모아 숨겨두는 이상한 행동도 보였다.

이에 대해 소아 정신과 의사는 “아이의 성장에서 부모 역할 가장 크다. 적절한 교육과 더불어 환경이 통제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지금은 약간 원시상태다. 본능적으로 행동하기에 과잉 폭력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부모와의 애착이 정상적으로 올라가지 않을 때 그 내면을 다른 물건(장난감)에 대비 시킨다”고 분석했다.

사랑이 부족한 아이였던 것이다.

한편 할아버지와 40대 여성은 아들이 떠나고 난 빈자리를 가사도우미들과 함께 지내게 됐다. 가사도우미는 매주 1회 방문하여 정만이 어머니에게 살림살이 교육 등의 지원을 약속했다. 지역정신보건센터에서도 지속적인 치료를 하게 된다.

봉사동아리 대학생들도 할아버지 집을 찾았다. 도배를 새로 하고 집안의 헌 이불이나 쓰레기 등을 말끔히 치워주었다. 쓰레기가 떠난 자리엔 전기장판과 새 이불이 도착했다. 할아버지는 연신 “고맙다” “집 잘해 놨다”고 말했다. 부부도 새 삶이 시작된 것.

같은 시각 정만이는 이발을 했다. “머리 손질 안한 지 6~7개월 정도 됐다”는 미용사의 말이 놀랍다기보다는 안타까움이 짙었다. 정해수 아동보호센터 원장은 사회성도 배우고, 친구도 사귀고, 아이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쓰고 배려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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